코레오그라피의 정의
어원적으로 '코레오그라피'는 춤의 표기법을 뜻하지만, 춤 (dance), 피겨스케이팅 혹은 리듬체조와 같은 무용, 움직임, 무대 예술과 같은 분야에서 어떠한 작품과 주제에 대한 대형, 스텝을 디자인하고, 특정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움직임의 표현은 물론 신체의 에너지 등 여러가지 작품 내 요소들을 구성하고 조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무'라 표기하는데, 이 때 코레오그라피, 즉 안무를 하는 행위는 시간적 요소 (리듬, 박자 및 에너지 등)와 공간적 요소 (공간의 형태 와 구조 및 신체 등) 와 신체 움직임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안무 작업을 통해 안무가들은 동작의 언어를 구체화 시키고 비문자화 된 그들만의 고유한 몸짓언어 (무용테크닉, 방향, 에너지 등)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기를 시도한다.
춤 안무 기법: 코레오그라피의 요소들
안무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 보다 전통적인 방식의 안무 방식을 살펴보면, 안무가와 댄서 혹은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행위자의 역할이 뚜렷하게 나뉘어져, 안무가는 보다 구체적이고 철저하게 안무를 미리 계획하여 무용수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몸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음악 (박자와 리듬)사용과 공간의 활용에 있어서 짜임새있게 구성하고 무용수들은 안무가가 원하는 대로 춤 동작을 수행했다. 이때, 무용수와 안무가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존재하고 무용수들은 안무가가 제시한 안무를 개인적으로 해석하여 개인성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던 현실이였다.
안무의 여러방식들 중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레벨 (Level) & 역행 (Reverse): 안무가는 무용수의 몸 한가지 요소 만을 염두해두지 않는다. 무용수의 몸은 곧 움직임의 주체임과 동시에 공간을 창조하고, 또 주어진 공간과 협업하여 조화를 이루거나 안무가의 의도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이에 따라, 움직임의 주체인 무용수의 몸이 더 돋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무용수의 동작을 통해 평범했던 공간이 관객들에게 다른 방식과 시각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적 다이나믹을 위해 안무에는 여러가지 공간적 레벨이 존재한다. 무용수의 몸통을 중심으로 위, 중간, 아래 뿐 만 아니라 무용수의 몸의 위치와 형태에 따라 위, 중간, 아래의 간격과 전체 구조의 높이가 다르게 사용된다. 또한 몸 중심으로 부터 양쪽 대각선으로 뻗은 선을 중심을 통과하여 길게 뻗은 사선은 공간을 세련되게 하고 보다 다채로운 신체의 움직임을 돕는다.
즉흥적인 춤을 출 때와 마찬가지로 안무작업을 할 때 다양한 리듬과 음악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단순히 빠르고 느린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넘어 몸동작으로 음악의 리듬과 박자를 다이나믹하게 표현하여 무음악인 순간에도 무용 동작을 통해 본래 음악의 박자와 리듬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동작들의 시퀀스들을 안무 작업을 통해 창조할 수 있다. 이러한 무용동작은 시간의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무용의 특성상 한번 지나간 동작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이 사라져버린다. 다만, 이렇게 순차적으로 나열된 동작들을 시간을 역행하여 각각의 동작은 물론 다음에 연결된 동작을 하기위해 사용된 모멘텀과 힘의 사용을 달리할 수 있다. 물론, 동작을 역행하면서 순차적으로 진행된 공간과 방향의 사용 역시 거꾸로 진행된다.
일치 (Unison) & 캐논 (Canon): 한명의 무용수가 아닌 두명 이상의 여러명의 무용수가 한 공간에 있을 때 시간적인 차이 없이 참여하는 모든 무용수들이 같은 동작을 수행하여 획일적인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반면에, 같은 동작을 수행하지만 시간적인 차이를 두고 여러명의 무용수가 움직이게 되면 동작의 반복이 진행됨과 동시에 같은 시간에 초점을 두고 관찰하면 자연스럽게 동작의 다양화가 펼쳐진다.
미러링 (Mirroring) & 쉐도잉 (Shadowing): 두 명 이상의 무용수가 함께 춤을 출 때 서로 마주보며 춤을 출 수 있다. 이 때 두 명의 신체는 움직이는 서로의 방향, 몸의 각도, 리듬, 시선 등 모든 요소를 따라하며 마치 나비의 양쪽 날개가 함께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에, 둘 이상의 무용수가 서로를 마주하지 않고 신체가 바라보는 방향을 같게 하여 맨 앞에 위치한 무용수의 동작을 그대로 반복, 복사하여 마치 햇빛 아래 그림자가 따르듯 움직임 개체의 수를 늘릴 수 있다. 미러링과 쉐도잉 두 방법 모두 그 원리를 확실하게 몸으로 익혔다면 안무가의 의도에 따라 신체들을 공간에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음은 물론, 각 무용수들의 몸의 위치와 시선 등 여러 다양한 요소들을 조합하여 그 효과를 보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즉흥 (Improvisation): 즉흥이란 말 그대로 처음 시작부터 동작, 혹은 한 작품이 마무리 될 때까지 안무가나 댄서들의 정해진 계획대로가 아닌 순간순간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등의 자극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임의대로 매 순간 결정을 내려 움직여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안무가와 무용수는 모든 것을 자유로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즉흥을 시작하기 전,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는 동작들과 여러 요소들 (신체부위, 감정표현, 공간 사용, 시간 제한 등)에 대한 규칙에 서로 합의하기 위함이다. 무용수들이 보다 개인의 생각, 해석,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안무가와 무용수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오디션이나 리허설 중에 자주 즉흥 시간을 갖기도 하며, 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동작과 에너지, 아이디어 창작을 위해 안무가가 계획한 안무적 요소, 안무가의 구술적 계획과 함께 자주 사용된다.
오늘날의 안무: 코레오 폴리틱스 (Choreopolitcs)
안무가들은 움직임의 연속성과 흐름을 연구하고 보다 다양한 표현을 위해 연구하고 직접 춤을 추지 않더라도 (안무가가 춤과 작품을 만들면서 직접 춤을 추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연습실 혹은 무용 스튜디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안무가는 움직임을 미학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안무는 춤 그 자체와는 별개로 춤 동작을 춤이 되게 하기도 하고 우리가 알고 있던 춤과는 거리가 먼, 동작의 무게에 가감을 더하고, 미니멀리즘을 적용하여 움직임이 거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거나, 작은 요소를 극대로 과장하여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불편함을 전달하기도 한다.
오늘날의 안무가들은 역사적으로 발전된 미적 가치를 그대로 연장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 자리잡아 왔던 미적 가치와 규칙, 구조에 의문을 갖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안무가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대로 무용수들과 함께 표현하기를 반복한다. 안무가들이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감흥은 단순히 '좋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의도에 따라, 혹은 의도치 않았지만 관객들을 짜증나게 하고, 화가 나게 하며, 부끄럽게 할 수도 있다. 관객들의 흥분이 무대에서 땀흘리며 몸을 흔드는 무용수들의 흥분과는 정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펙타클한 움직임은 단순히 뛰고, 돌고, 머리를 휘날리며 온 에너지를 쏟아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관객들을 움직일 수 있어야하며 관객들과 어떠한 방식으로든 소통할 수 있어야한다. 미소와 박수가 관객이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니다.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권리가 있고, 무용수들과 공연이 끝나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공연의 시작과 끝이 예술가의 작품의 시작과 끝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작품은 관객들의 다양한 의견과 적극적 피드백을 통해 계속해서 연장될 수 있다. 이러한 예술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리고 안무가는 작품을 통해 무용수와 관객들에게 그들의 만남을 선사한다. 안무는 곧, 춤을 넘어서 춤의 고유한 가치와 경계를 넘어 보다 주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하고 동시에 우리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안무 #코레오그라피 #코레오폴리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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