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움직일 수 있을까?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 그리고 감정들은 정말 우리의 복잡한 머리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들은 우리 일상적인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받으며 어떻게 우리의 삶과 직접적인 영향을 맺고 있을까? 유대인 독일계 미국 정치 이론가 (그녀는 철학자로 불리는 것을 거부했기에)였던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 - 1975)는 생각에도 멈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다시 말하면 멈춤이 필요한 우리의 생각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한가지 생각만 하지 않는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몸을 수련하는 '요가'와 '명상'이 적극적으로 홍보되고 이러한 육체적, 정신적 수양 행위를 찾는 사람들에게 많은 프로그램들이 공급되는 이유는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모두 나의 생각의 통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통제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상의 일들과 만남들에 스트레스를 받고 실망하고 고민하며 화가 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평온과 편안한 삶을 갈구하지만 우리 사고는 언제나 혼란스럽고 주변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상 생활은 물론 현대사회에서 서로에 대한 약속을 서류로 작성하여 사인으로 맺어지는 계약서가 필요한 이유도 오늘의 생각, 내일의 마음가짐이 이러한 혼란스러움 속에서 언제나 가변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멈춤, 사유 그리고 춤

우리 몸은 우리가 어떠한 동작을 멈추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도 움직인다. 빠르게 뛰거나 숨이 가쁜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멈추게 되면 우리의 심장박동을 더 잘 느끼게 되고, 무대 위에 오르기 전 혹은 면접을 보기 전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순간에 심장박동 소리는 더 요란해 지는 것 처럼 우리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 시스템의 움직임에 맞게 쉴틈없이 흘러간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우리가 잠깐 쉬어가고 싶어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순간들이 많다. 드넓은 해변가의 파도과 계곡물, 공기의 이동을 돕는 바람처럼 우리가 걷던 길을 잠시 멈추어도 자연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그들 방식 대로 주변을 변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내가 쉬는 동안 더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리 우리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어떠한 상황을 더 잘 풀어가기 위해 조금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움직인다. 

따라서, 우리의 움직임은 곧 우리의 생각과 관념의 행위이며 이러한 행위를 미학적으로 풀어낸 춤에서도 안무가와 무용수가 육체적으로의 움직임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면적 사유의 결과를 볼 수 있고, 관객들은 그들의 내면적 사고와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 표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예술 작품과의 만남을 기대한다. 

결국 어떠한 움직임의 멈춤은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성에 대한 부정적인 행위가 아니라 움직임의 부재에 대한 불안적 요소가 가미되더라도 전통주의적 생각 혹은 당연시 여기던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순간이며 이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순간임에 틀림없다. 춤은 곧 움직이는 생각이며 춤동작이 멈추는 순간 우리는 함께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는 곧 우리가 춤을 통해 우리의 이해는 물론 춤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움직임과 움직임 속 생각들

움직이는 동안 생각은 표현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문들로, 그리고 그 질문들을 통해 생각하는 움직임의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움직임의 범주 안에는 연속성은 물론, 멈춤과 쉼, 망설임과 같은 불연속적인 요소들은 물론 쉼표와 마침표를 어느 지점에다 두느냐에 따라 그러한 불연속성 마저 시간의 연속성과 함께 발전해 나간다. 삶에는 보이는 것만이, 그리고 결과만이 다가 아니다. 빠르게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인정하기 힘들고, 멈추기 어려울 뿐이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고 그 움직임은 결국 우리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잠시 쉬는 지점, 그 순간이 아직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처음보다 더 걸어왔을 것이며 그 한걸음 한걸음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했을 것이다.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지금 서있는 이 지점을 위해. 다만 어떻게 그 지점까지 도달하는지 얼마나 빠르게 달려가는지 혹은 천천히 걸어가는지는 온전히 우리 자신, 즉 개인의 몫이며 우리가 처한 각각의 상황이 그 길을 안내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놓여있을 뿐이다. 

침묵의 순간이, 잠시 멈춰있는 지금의 휴식이 결코 나의 상태를 부정적으로 묘사할 수 없다. 결국에는 우리는 다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고,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의 생각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행동은 나의 생각을 마주하고 있고 더 나아가 내가 서 있는 위치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탐색을 유도한다. 내가 어떤 것을 어떻게 의식하느냐에 따라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향해 나의 발걸음이 이미 나아가고 있을 것이며 나는 이를 보완하고 지지하고 또는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멈춤과 걸어가기를 반복할 것이다. 

 

 

 

#움직임과 생각 #사고하는 춤 #멈춤과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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